현대해상 현대하이카손해사정 동기 3인
보령소방서서 표창장 받아

“(다급한 목소리) 건들지 마세요. 가만히 계세요. 움직이지 마시고, 차량 전복돼 있고 위치 추적 좀 해주세요. 사람 많이 다쳤어요. 119도 바로 와주세요. (비명 소리) 움직이지 마세요. 다친 사람이 2명 이상 되는 것 같아요. 소화기, 소화기, 불붙었대요. 소화기…”
지난 14일 자정 무렵 112에 신고 접수된 녹취 내용이다.
사고로 전복된 차량에서 탈출하지 못한 운전자와 조수석에 앉은 동승자를 구조 중 차량에 불이 붙자 신고자의 전화 목소리가 다급해 졌다. 주변에서는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고 그야말로 현장은 아비규환이었다.
자칫 사망자를 내며 참사로 기억될 뻔 했던 당시 사고 현장에 얽힌 이야기는 우리 주변 시민 영웅들의 활약에 소중한 생명을 구한 미담으로 전해지게 됐다.

시민 영웅들은 현대해상 현대하이카손해사정 소속 정종명 대구외산센터 주임, 정다훈 인천외산센터 주임, 김덕용 광주외산센터 주임 등 3인방이다. 이들의 미담은 당시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지켜본 한 제보자를 통해 알려졌다.
정 주임 일행에 따르면 일행은 이날 저녁 충남 보령 시내에서 동기 모임을 위해 만났다가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던 중 우연히 사고 현장을 마주했다.
커브가 심한 편도 1차로, 왕복 2차로 해안도로에서 전복된 차량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정 주임 일행은 차량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운전자와 동승자를 발견했다.
정종명 주임이 재빨리 112이 신고하는 사이 정다운, 김덕용 주임이 탑승자 구조에 나섰다. 당시 차량 조수석에 앉은 동승자는 의식이 없는 상태였고, 운전자는 머리와 다리 등에 부상으로 출혈이 심했다고 한다.
다급한 상황에서 운전석 문이 열리지 않자 조수석을 통해 정 주임 일행은 차량 탈출을 도왔다.

이 과정에서 차량에 갑자기 불이 붙었고, 정종명 주임은 근처에 있던 음식점에서 소화기를 가져와 진압에 나섰다. 그러는 사이 정다운, 김덕용 주임은 두 남성 탑승자를 구조했다. 이들은 매경닷컴과의 통화에서 “구조해야 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고 말했다.
정종명 주임은 “전복된 차량이 LPG 가스 차량이 많은 차종이라 빨리 불을 끄지 않으면 모두가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일행이 구조를 하는 동안 소화기부터 찾게 됐다”고 말했다.
정 주임 일행은 탑승자 구조 후 현장에 도착한 경찰과 소방에 사고 전후 내용을 전하고 현장을 떠났다.

정종명 주임은 “당시 사고 운전자는 구조된 후 갑자기 종적을 감췄다”며 “음주운전 사고로 의심하고 경찰이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조수석에 타고 있던 남성은 차량 소유주의 아들로 파악됐으며, 현장에서 경찰에 인계됐다고 했다.
정 주임 일행이 빠른 조치로 2차 사고를 예방하고 소중한 생명을 구한 미담이 알려지자, 보령소방서는 26일 이들에게 표창장을 수여했다.
정 주임 일행은 “마땅히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쑥스럽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