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을 막기 위해 17년간 500조원을 쏟아붓고도 합계출산율 0.78명이라는 절망적인 성적표를 받아 든 정부가 저출산 예산 구조조정에 나선다. 과거 정부가 추진한 저출산 정책 성과를 평가하는 연구용역에도 착수한 상태다. 인구절벽에 대응하기 위한 컨트롤타워로 범정부 ‘인구정책기획단’도 이달 중 출범한다.

1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등에 따르면 저출산고령사회위와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가 참여하는 인구정책기획단이 이달 가동에 들어간다. 저출산고령사회위와 함께 기재부의 인구위기 대응 태스크포스(TF), 복지부의 백세사회정책기획단이 통합된다. 저출산고령사회위 상임위원과 복지부·기재부 차관이 공동 단장을 맡는다. 기획단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위기에 대응할 범부처 컨트롤타워로서 위상을 갖게 된다. 또 복지부와 일부 기능이 중첩됐던 저출산고령사회위 역할을 강화했다는 의미가 있다. 그동안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위기의식이 커지는 것과 달리 정부부처 간 관련 예산이나 정책이 중복되면서 예산 누수가 심각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문재인 정부 5년간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저출산 상황이 오히려 악화되면서 이에 대한 정밀한 예산집행 평가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前정부 저출산 예산 원점서 재평가

 저출산 정책은 2006년부터 정부 핵심 과제였다. 이후 5년 단위로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을 세웠고 이에 대한 예산을 집행해 지난해까지 17년간 총 533조7000억원이나 투입됐다. 그러나 출산율 반등은 매해 급전직하해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까지 떨어져 국가소멸위기에 접어들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05년부터 출범한 대통령 직속 기구인 저출산고령사회위 권한과 역할 역시 뚜렷하게 규정되지 않아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정부에서는 대통령이 저출산고령사회위 회의를 주재한 적이 거의 없다.

 정부가 이번에 인구정책기획단을 출범시켜 효율적인 정책 집행과 평가를 통해 실효성 있는 인구위기 대응에 나선 배경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대통령으로서는 2016년 이후 처음으로 저출산고령사회위 회의를 주재하며 인구대책 마련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는 기획단을 통해 부처 간 정책을 조율함과 동시에 인구정책에 대한 세밀한 평가를 위해 표준 성과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동안 ‘밑 빠진 독’처럼 수백조 원을 쏟아붓고도 저출산 해법을 못 찾은 것은 그만큼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 예산 집행이 미흡했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상시적인 평가 시스템을 만들어 정책을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사회보장원·건강보험공단 등과 협의해 관련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 관계자는 “기존에는 정책들에 대한 평가체계가 마련되지 않고 부처별로 평가지표나 방식도 달라 객관적인 평가가 어려워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올해 말까지 평가체계를 마련한 뒤 내년 상반기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저출산·고령화 정책에 대한 평가를 마친다는 입장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는 또 기존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예산을 재구조화하는 작업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양세호 기자 /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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